우리가 살아온 세월 속에서 가장 순수하고 따뜻했던 시절을 떠올려 보라면, 많은 분들이 '국민학교' 시절을 꼽으실 거예요. 요즘은 초등학교라고들 하지만, 우리 땐 ‘국민학교’라는 이름 자체가 추억 그 자체였죠. 그 이름만 들어도 마음 한켠이 찡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아침이면 검정색 가방 메고, 반듯하게 빗은 머리로 친구들과 웃으며 등교하던 풍경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발밑엔 흙먼지가 일고, 운동장 한가득 종소리 울릴 때면 누구보다 먼저 뛰어가려고 서로 밀고 당기던 모습들. 선생님께 혼나고 눈물 찔끔 흘리다가도, 쉬는 시간에 고무줄놀이 한 판이면 금방 웃음꽃이 피곤 했어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국민학교 시절의 하루 (학교생활)
그때는 종소리 한 번 울리면, 운동장 가득히 아이들 발소리가 퍼졌잖아요?
급식은 그야말로 ‘행복’이었지요. 단무지 하나에도 감탄사가 터지고, 식판에 반찬 하나라도 더 담으려고 조심스레 친구 눈치를 보기도 했고요. 요즘 아이들처럼 다양하진 않아도, 우리는 그 한 끼 한 끼에서 정을 나누고, 추억을 쌓았어요. 도시락에 담긴 계란말이 한 줄, 참기름 향 가득한 김밥 한 줄이 그 시절엔 가장 큰 자랑거리였고, 그 속엔 엄마의 사랑이 담겨 있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참 소박하고 단순했지만, 그 시절엔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순간들이었어요. 친구들과 함께 웃고 울고, 넘어지면 서로 일으켜주고, 싸우다가도 금방 화해하고 웃던 그 마음들. 국민학교는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 가장 순수했던 순간들이 모여 있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건, 그 기억들을 아직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에요. 문득 지나가는 아이들 보며 "우리 땐 말이야…" 하고 시작되는 이야기 속에 살아 숨 쉬는 그 시절. 오늘은 그런 우리들만의 따뜻했던 시절을, 조용히 되새겨보면 어떨까요?
추억의 간식, 그 맛 그대로 (달고나, 쫀드기, 불량식품)
학교 끝나고 문방구 앞에 모여서 오만 간식 다 사 먹었지요. 요즘처럼 비싼 건 아니고, 10원 20원만 있어도 부자였어요. 달고나는 철사로 조심조심 떼어먹고, 쫀드기는 종이 위에 올려놓고 라이터 불로 구워 먹었지요. 가끔은 태워서 먹기도 하고요.
분홍 알사탕, 혀 파랗게 물들이던 껌, 봉지 안에 작은 장난감 들어있던 과자들… 다들 기억나지요? 그때 먹던 게 뭐 그렇게 맛있었는지. 지금은 돈 있어도 그 맛 못 사요. 아마 우리 마음이 그 시절 그대로라서 그런가 봐요.
학창시절의 도구들 (연필깎이, 찢는노트, 문방구)
그 시절 공부는 다 손으로 했잖아요. 연필 깎을 땐 나무 조각 톱밥 냄새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친구랑 누가 더 뾰족하게 깎았나 경쟁도 하고요. 실수로 손 좀 베이면 어땠어요, 약도 안 바르고 그냥 후~ 불고 말았지.
찢는 노트도 참 많이 썼죠. 좋아하는 친구한테 몰래 쪽지 찢어 건네주기도 하고. "누구 좋아한대~" 하는 소문은 다 노트에서 시작됐지요. 문방구는 말해 뭐해요. 거기서 학용품보단 딱지, 스티커, 젤리 사러 갔잖아요. 색색깔 지우개에, 필통 하나에도 얼마나 설렜던지.
교복의 기억, 그리고 멋 (교복디자인, 유행, 학교문화)
중학교 들어가서 처음 입은 교복, 그거야말로 어른 된 기분 아니었어요? 까만 교복에 하얀 셔츠, 단정한 머리에 리본 하나 묶고 거울 앞에서 얼마나 설렜는지. 단추에다 연예인 스티커 붙이고, 교복치마 살짝 줄이던 것도 생각나요.
그땐 선도부가 눈에 불 켜고 다녔잖아요? 그래도 우리만의 멋이 있었지요. 교복 주머니 속에 러브레터 한 장씩 다들 넣어다녔을걸요? 지금 보면 촌스러워도, 그땐 그게 우리 젊음이었어요. 교복 입고 걷던 등굣길, 햇살에 반짝이던 친구들 얼굴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려요.
첫사랑, 그 이름만으로 (편지, 미팅, 문화차이)
첫사랑이란 게 말이에요, 참 수줍고 조심스러웠죠. 지금처럼 톡 한 번에 고백하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손편지, 그것도 삐뚤빼뚤 쓴 글씨로 ‘좋아합니다’라고 적는 것도 큰 용기였어요. 학교 뒷문, 도서관 복도에서 슬쩍 전해주고는 얼굴 빨개져서 도망가던 기억… 다들 있지요?
고등학교 땐 친구들이랑 미팅도 해봤잖아요. 첫 만남에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앉아 있다가 “밥 먹으러 가자” 한 마디에도 심장이 쿵쾅쿵쾅. 요즘 아이들 보면 사랑도 참 빠르다 싶은데, 우린 그 느림 속에서 더 깊게 사랑했어요. 감정이 서툴러도 진심만은 진짜였지요.
5070이 보는 요즘 20대 (문화충격, 트렌드, 변화)
요즘 초등학교 학생들을 보면 참 세상이 많이 달라졌어요. 뭐든 빠르고, 말도 짧고, 얼굴도 잘 안 보고 대화하잖아요. 우리는 직접 만나서 웃고 싸우고 화해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이모티콘 하나면 끝이래요. 좀 서운한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고 지금 세대가 나쁘단 건 아니고요. 그냥…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 우리가 적응이 안 되는 거겠죠. 예전엔 서로 얼굴 마주보고, 느리게 이야기 나누고, 정 나누는 게 일상이었는데 말이에요. 그래도 그 시절 우리가 나눈 정과 추억은, 요즘보다 훨씬 따뜻했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도 요즘 학생들, 참 힘든 세상 속에서도 부지런히 적응하며 제 몫을 해내는 걸 보면 5070 세대 입장에선 참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그 모습만 봐도 대한민국의 미래가 얼마나 밝은지, 얼마나 든든한지 새삼 느껴진답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꼭 간직한 시절 하나쯤 있잖아요. 우리한텐 그게 바로 국민학교 시절이고, 문방구 앞에서 쫀드기 굽던 그 시간이에요.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순 없지만, 그 시절 이야기만 꺼내도 웃음이 나고, 마음이 푸근해지잖아요?
그때 함께했던 친구들, 첫사랑, 운동회, 교복… 전부 다 지금의 나를 만든 소중한 한 조각들이에요. 그걸 기억하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 참 따뜻하고 멋진 사람들이에요. 자, 이제 차 한잔하면서 친구한테 이 이야기 들려줘보세요. 그 친구도 분명히 “야, 나도 그랬어~” 하고 웃을걸요?
“We do not remember days, we remember moments.”
우리는 '날'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순간'을 기억해요.
— Cesare Pavese (체사레 파베세)